존재하는 이유
조지은 엮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전한 기분
슬픔이나 절망에 직면할 때 문득
나 혼자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말미암아 살고 있다는
존재의 신비를 깨닫습니다
그럴 때면
아무 말 없이 홀로
그대 앞에 섭니다
인생이란
이처럼 쉽사리 잃고
또 이처럼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을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소중한 약속을 잉태하고 있음입니다
신비의 늪을 뛰어넘어
피안의 세계로 가기 전에
우리를 얽어매는 가느다란 이 줄이 끊기기는
또 얼마나 쉽고
예측하기 어려운지요
하지만 나는
이 인생의 외곽에서
영원히 닻을 내린 것처럼
그대 안에서 매일을 삽니다
얄팍한 마음의 거울을 살짝 젖히면
존재의 신비로운 늪 속에
고운 모양을 하고서
사랑을 보존해 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대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며
나는
그대 안에 살아가는
자그마한 풀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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