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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따라/시(時)ㆍ문(文)ㆍ필(筆)ㆍ담(談)159

(시) 진달래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2024. 3. 28.
(시) 그대는 오고 있는가 그대는 오고 있는가 雪蘭 / 문현숙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아침 이슬 머금고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어느 때쯤 손 잡아 주려나 이슬 사라져 햇살 고운데 이맘때쯤 가슴 뛰는 소리 들어주려나 오려나 오고 있는가 나의 노래 들었는가 귀 열어 들었는가 무심한 해 지고 달무리 짓는데 까만 밤 오시면 어이하나 초롱초롱 샛별 빛나는 밤 북두칠성 수놓는데 휘영청 밝은 달 속절없이 넘어가네 2024. 3. 13.
(시) 동행 동행 김명옥 같은 곳을 바라보기 참, 쉽다 같은 곳을 바라보기 참, 어렵다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서서 때로는 오랫동안, 때로는 잠시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바라본다 보라보다, 보라보다가 ..... 참, 쉽고, 또 , 참, 어렵다 그래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는 ..... 2024. 2. 22.
(시) 한배검  높으신  뜻은 ... 한배검 높으신 뜻은 이 기 순 망경대(望鏡臺) 차운 머리 구름 안개 끼둘리고 서설(瑞雪)조차 한 빛인데 하늘 땅 하얗게 열려 태백(太白)이라 일러라 초하루 동해 일출 새해가 부시누나 신시(神市)에 터를 닦아 삶을 이은 겨례들아 한배검 높으신 성덕 유구(悠久)를 밝히소서 2024. 2. 20.
(시) 오늘을 숨쉬며 여린 빛이 하늘을 밝히며 둥근 달을 조각배로 만들고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어둠이 사라집니다 새벽이 오면 새들의 지저귐 벅찬 희망의 소리 맞으며 오늘이 다가옵니다 나를 에워싼 사랑을 느끼고 내 안의 사랑을 보여줄 기회가 있음에 이 새 날을 깊이 숨쉬어 마셔 봅니다! 조 지 은 이 새 날을 깊이 숨쉬어 마셔 봅니다! 나를 에워싼 사랑을 느끼고 내 안의 사랑을 보여줄 기회가 있음에 새벽이 오면 새들의 지저귐 벅찬 희망의 소리 맞으며 오늘이 다가옵니다 여린 빛이 하늘을 밝히며 둥근 달을 조각배로 만들고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어둠이 사라집니다 2024. 2. 9.
(시) 님 그리운 맘 가득 안고 님 그리운 맘 가득 안고 호산 전 금 순 님 그리운 맘 나뭇가지 걸쳐놓고 돌아서니 꿈틀거리는 혈기는 안된다고 소리치며 한 달음에 달려가 님 품 안에 안기고 싶다네 보고픔 맘 애써 태연한척 웃음 가득한 여유로움만 드리우며 한 발 한 발 님 앞으로 조용히 다가가 가쁜 숨 몰아쉬며 고개들어 입 맞추니 무뚝뚝한 임일지라도 입가엔 미소가 번지고 오느라 고생했다 두 팔 벌려 안아주네 철철 넘치는 정열과 애정은 욕심이요 세월의 훈장같은 연륜으로 다가올지라도 한 번의 망설임 없이 나 그내 사랑하리다 2024. 1. 16.
(시) 아침에 아침에 조 지 은 찬란한 빛이 밤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새날이 동터 오는 이 새벽에 빛이 밤의 암흑을 뚫고 들어와 찬란한 광채로 어둠을 내모는 이 환희의 순간, 당신이 있어 나의 아침은 아름답습니다 2024. 1. 8.
(일출) 2024년 첫 번째 해맞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육십간지 중 41번째인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 자비와 길조의 상징으로 묘사된다는 용의 기운을 받아 풍요롭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올해는 집에서 일출을 맞이했네요. 밖으로 내다보는 앞산에 구름무리가 펴져 있어 해맟이에 반쪽만 성공했습니다. 집에서 내다보는 앞산에 해가 뜨는 장면입니다. 8시 12분 38초 : 만월산 정상부 줌인 8시 17분 00초 8시 26분 18초 8시 32분 34초 8시 32분 48초 2023. 12. 29.
(시) 겨울나무 겨울나무 시/김남조 말하려나 말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이 말부터 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산울림도 울리려나 나의 겨울나무 새하얀 바람 하나 지나갔는데 눈 여자의 치마폭일 거라고 산신령보다 더 오래 사는 그녀 백발의 머릿단일 거라고 이런 말도 하려나 산울림도 울리려나 어이없이 울게 될 내 영혼 씻어내는 음악 들려주려나 그 여운 담아둘 쓸쓸한 자연 더 주려나 아홉 하늘 쩌렁쩌렁 산울림도 울리려나 나의 겨울 나무들 2023. 12. 28.
(시) 나 그대 사랑하는 이유는 千聖山의 숨결 나 그대 사랑하는 이유는 조 지 은 나 그대 사랑하는 이유는 아무도 내게 그대가 준 만큼의 자유를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 사랑하는 이유는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 사랑하는 이유는 그대가 아니면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 사랑하는 이유는 오로지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3. 12. 19.
(시) 존재하는 이유 존재하는 이유 조지은 엮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전한 기분 슬픔이나 절망에 직면할 때 문득 나 혼자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말미암아 살고 있다는 존재의 신비를 깨닫습니다 그럴 때면 아무 말 없이 홀로 그대 앞에 섭니다 인생이란 이처럼 쉽사리 잃고 또 이처럼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을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소중한 약속을 잉태하고 있음입니다 신비의 늪을 뛰어넘어 피안의 세계로 가기 전에 우리를 얽어매는 가느다란 이 줄이 끊기기는 또 얼마나 쉽고 예측하기 어려운지요 하지만 나는 이 인생의 외곽에서 영원히 닻을 내린 것처럼 그대 안에서 매일을 삽니다 얄팍한 마음의 거울을 살짝 젖히면 존재의 신비로운 늪 속에 고운 모양을 하고서 사랑을 보존해 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대는 내가 존재하.. 2023. 12. 15.
(시) 왜곡된 사랑 왜곡된 사랑 霧洲/박해성 돌이킬 수 없던 사랑 남몰래 울어야 했던 나는 저 멀리 먹구름 속에 파무쳐 안녕이란 말도 못한 채 떠나야 했습니다 글라스에 비친 헝클어진 이슬 사랑이란 두 글자 쓸어내고 흩어진 머리 숙인 채 어깨를 떠는 빗소리와 함께 창가를 두드리며 흘러내려야만 했습니다 슬픈 음률 더 이상 듣고싶지 않습니다 묻어두었던 당신의 여운 남겨둔 이유가 무었입니까 아직도 심어줄 사랑 남아있나요 가식적인 사랑 이젠 싫습니다 가련한 꽃 한 송이 그렇게 밟고 싶은가요 이제 당신을 잊고 빗물과 함께 흘러 내려버릴랍니다 문예갤러리협회 촬영 : 2016.01.18 제주도에서 2023. 12. 5.
(시) 죽은 벌레를 보며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말한다 벌레 한 마리가 풀섶에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죽은 시늉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며칠 뒤 가서 보니 벌레는 정말로 죽어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벌레의 몸이 부서지고 있었다 벌레만도 못한 인생을 나는 살았다 죽은 벌레를 보며 벌레만도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말한다 (詩) 류 시 화 2023. 11. 22.
(시)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집 앞산에 불이 붙었네 어젯밤 하늘 물뿌리개로 빗물을 실컷 뿌렸음에도 불이 더 세게 번져버렸네 절정에 올라선 앞산 저 불 언제쯤에나 사그라들런지 다 지고 나서는 먹빛만 남겠지 그러고 나면 추위란 놈이 몰려와 춤을 덩실덩실 출 거야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2023. 11. 15.
(시) 바람아 바 람 아 霧洲 박 해 성 모진 가슴 부여잡고 몸부림 치던 나의 넋 길라잡이 마파람 따라 멧부리 넘던 애달픈 사랑 기약없는 사랑 앞에 넘나들던 그리움에 눈물 몽구리 각아 속세의 정 그루잠 참을 길 없어 까막과부 한 없이 서럽다네 된바람아, 너는 알고 있지 나의 사랑에 물 초를 춘풍 불던 알 섬 당도리 실어 임 찿아가는 나의 사랑에 눈물을 2023. 11. 7.
(시) 연 연(鳶) 흑마 이 선 태 독수리를 닮을까 솔개를 닮을까 학을 닮을까 먼 지평선도 쳐다보고 먼 수평선도 바라보다 댓살로 뼈를 만들고 한지로 살을 붙이어 이 세상 길흉화북 오색 물감으로 색칠하여 돌아가지 않은 얼레에 감긴 하양 실에 묶여 한 가지 소원 가슴에 담아 바람을 타고 두둥실 하늘을 나르다 흘러가는 흰구름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받아 일곱 빛깔 무지개가 된다 2023. 10. 23.
(시) 가을 香山에 피리불고 香山秋笛海澄淸 가을 香山에 피리불고 바다는 맑고 맑아 病臥江村夢裏聲 病인양 강촌에 누으니 꿈속에도 소리 들려 怪石眼前全勝畵 눈 앞에 괴이한 바위는 정말 그림보다 좋고 紙窓雲月復新晴 종이 창에 비친 구름 속 달은 새롭고 깨끗해. 김인후(金麟厚, 1510 ~1560년)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이다. 전라도 장성 출신으로, 본관은 울산(蔚山), 자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河西), 담재(湛齋),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문묘에 종사된 해동 18현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을 뿐 아니라 천문, 지리, 의약, 복서, 율려, 도수에도 정통하였다. 태극에 관한 이론도 깊어 를 완성하였으나 도학에 관한 저술은 잃어버려 많지 않다. 16세기 누정 문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인이기도 하며.. 2023. 10. 18.
(시) 등대불 등대불 바다의 꽃이여 어둠이 내리는 사이 등대는 밤하늘을 등에 업고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물고기의 꿈들은 어느 전설 앞에 빛이 되고 포구를 빠져나가려는 현란의 소리에 마음이 타누나 배가 지나간 곳에 타인처럼 서 있는 나그네는 시간을 삼키고 무대 위에 펼쳐진 전율을 온몸으로 그리누나 이 밤의 꽃이여 찬란한 새벽을 낳게 해주오 해담 / 유재남 2023. 10. 12.
(시) 행복의 흔적 행복의 흔적 홍화 박 선 옥 생명의 근원인 산소는 장소에 따라 행복의 마음이 다르며 복잡한 도시에 공기와 초목이 우거진 숲 속에 공기의 차이에 행복감이 다르다 깊은 호흡으로 마음이 맑아지면 건강한 마음이 되며 몸도 건강해진다 기쁨, 삶을 위해 반야의 경전을 읽고 지혜를 얻으면 업장이 소멸되어 새 마음이 된다 부처님의 마음 같은 배려는 만나는 그대마다 기쁨을 주어 행복의 흔적을 삼는다 2023. 9. 14.
(시) 당신의 의미 당신의 의미 高恩目 이 명 화 보일듯 말듯 펑펑한 바위 뒤로 엿본 세상 요지경속 세상속 당신을 만났고 끔벅 끔벅 눈속엔 속고 속이는 세상살이 지쳐진 모습이란 오똑한 당신 콧날 바위같은 성격이고 나비등 휘여진 눈 검고 휜 백지장 찿네 호탕한 웃음 속 세상살이 비웃음이 숨을쉬고 초속 핀꽃 잡꽃 좋와하던 당신 꽃중에 꽃 호박꽃은 누런 황금꽃이여 청초롬한 박꽃 속살 드러냄 여인이니 꽃향 취한인생 하얀마음 받을테고 호박꽃 취한인생 누런마음 받겠지 얼키고 얼키선 푼다 풀어 헤쳐보고 이선저선 다찍어도 혼선만 안됨좋은데 우리님의 마음이란 어떤 세상 살고플까 사는 세상 사는 인생 뭘해주고 뭘받겠나 마음하나 점이되어 이리찍고 저리찍어 온몸 문신 사랑 새겨 빨강물이 넘쳐넘쳐 파란멍이들 때면 당신은 나의인생 당신은 나의사랑 .. 2023. 9. 5.
(시) 누이와 황소 누이와 황소 潤松 강흥식 외양간 노적 깔며 그 해 가을 풍년 빌었으나 엉킨 한숨 빈 집단 가득 쌓여 여물 썰어 말구유 채워 먹어줌 없는 공간 깜박 잊어 무릎치고 깨닫는다 사촌누이 시집가며 내 어린 시절 큰 슬픔 우리 황소 팔려 천진한 눈망울 玉穗(옥수) 흘린 마지막 인사 여린 아픔 한동안 쇠고기 한 점 못 먹었다오 2023. 8. 24.
(시) 천년학 千 年 鶴 霧洲 / 박 해 성 천둥지기 내려 앉은 애달은 낙조 한 서린 창 唱 구슬프게 토하매 천릿길 사랑 찿아 코숭이 넘나들기 수년 재 넘어 발림질 하고 곡기 채운다 어허라 내임 어디 찿아 헤매나 세상 빛 불길 없어 맞이할 모습도 없건만 이녁 가진 건 가슴에 맺힌 상고대뿐 강구연월 康衢煙月 볼 수도 없다네 정생의 연 緣 이던가 가눌 길 없고 그리움만 쌓인 마른 눈물만 가득하니 이내 심정 어이할꼬 호루기 불며 임 찿아오라 하네 그립구나! 여우비 적신 명주 바지저고리 진흙 적신 짚신 천근만근 짊어져도 보고 싶은 이내 마음 어이하리 2023. 8. 2.
(시) 초록 호수 초록 호수 시 / 홍화 박 선 옥 초록의 꿈이 영그는 그 곳 마음은 벌써 초록 호수에 빠져 있다 우포늪지는 어느 새 눈앞에 다가오고 정겨운 임들과 재회의 기쁜 정 듬뿍 만끽하고 철새들의 도래지 물새들 노래하고 호수 속 수중발레 하는 송사리 떼들을 바라보며 천연의 자연경과 광활한 호수에 붙잡혀 떠나지 못하고 하염없이 흘러가는 물결처럼 흐르는 세월따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난 추억을 되새겨 보며 내 마음속까지 훤히 비추는 연초록 우포늪에 수양버들이 빠져 허우적거리며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2023. 7. 24.
(說) 바라산 365계단 24절기 2023. 7. 13.
(시) 잠이 드셨습니다 Z Z Z z z z ~ 잠이 드셨습니다. 실컷 구경하고 돌아오라고 기다리신다더니 온종일 걸어다녀 지친 다리를 쉬신다더니 깊은 잠이 드셨습니다. 파아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편온한 단잠을 깨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곁에서 앉아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그늘이 되어 안아드렸습니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 시선 중에서 글/원성 2023. 7. 3.
(시)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오늘은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장마전선에 접어들었다는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오겠다 하고 시간당 20mm 내외의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방송을 듣고 미리 겁을 내 강한 비에 대비해 비옷까지 챙긴다 2023. 6. 26.
(시) 그 간이역에 가고 싶다 그 간이역에 가고 싶다 해담 / 유 재 남 벌어진 틈 사이로 하얀 웃음이 날린다 먼지 낀 시간이 납작 엎드려 누워 있다 녹슨 쇳덩이를 꾸역 꾸역 집어삼키던 그리움이 쉼표 없이 스쳐 지나간 크고 작은 것들을 건네주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밤이면 별이 되는 꿈을 꾸었다 태엽 감기는 소리 우~웅 생을 빗는 소리 흑백필름 돌아가듯 거부할 수 없었던 우리의 젊은 날 메아리로 거기서 있었거늘 하여 한 줌의 빛으로 한 줌의 소금으로 그 간이역에 가고 싶다 2023. 6. 21.
(시) 소나기 소나기 심전 이재복 가시밭 기운 언덕 진흙밭에 뒹굴어도 하늘 그리움에 울며불며 하소연 하여도 혼자서 어쩌리 욕심 버리고 질긴생 접는 날 가벼워진 몸 밝은 해 업혀 쉬이 오르다 검은 욕심에 되돌아올 난장판 아시는가 영원히 머물 그곳은 흔들리는 저 바다 2023. 6. 13.
(시) 사당역 S자로 불 밝히네 雪蘭 / 문현숙 사당역 4호선 닭장을 기다린다 유정란을 품은 암탉들 작년 이맘 때 장대비 골짜기 공주 비닐하우스에 적재된 상품 흠뻑 젖어 한심한 광경 턱 괴고 망연자실 하여 있을 때 유정란 낳은 암탉은 쪽빛 하늘 훌렁 넘기듯 산말랭이에 메아리 울린다 때가되면 기쁜날도 있으리라 위로라도 하듯 수탉도 기다렸다는듯 뒤뚱거리며 푸른초원으로 미끄러지듯 꼬끼오 유정란은 가정의 기쁨이었다 골목 헤트라이트 닭장 세찬 꽁지 바람일며 반가울 에스자로 달려온다. 2023. 5. 22.
(시) 거미 류 시 화 거미의 계절이 왔다 오월과 유월 사이 해와 그늘의 다툼이 시작되고 거미가 사방에 집을 짓는다 이상하다 거미줄을 통해 내 삶을 바라보는 것은 한때 내가 바라던 것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그 중심점에 거미만이 고독하게 매달려 있다 돌 위에 거미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나는 한낮에 거미 곁을 지나간다 나에게도 거미와 같은 어린시절이 있었다 거미 내가 헤쳐나갈 수많은 외로운 시간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거미에게 나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다만 오월과 유월사이 내 안의 거미를 지켜볼뿐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난다 해도 나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는 것 나는 해를 배경으로 거미를 바라본다 내가 삶에서 깨달은 것은 무었이고 또 깨닫지 못한 것은 무었인가 거미는 언제나 내곁에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 2023.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