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산에
불이 붙었네
어젯밤 하늘 물뿌리개로
빗물을 실컷 뿌렸음에도
불이 더 세게 번져버렸네
절정에 올라선 앞산 저 불
언제쯤에나 사그라들런지
다 지고 나서는
먹빛만 남겠지
그러고 나면 추위란 놈이 몰려와
춤을 덩실덩실 출 거야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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