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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따라/시(時)ㆍ문(文)ㆍ필(筆)ㆍ담(談)

(시) 누구든 떠나갈 때는

by 금대봉 2023. 11. 15.

 

 

 

우리 집 앞산에

불이 붙었네

어젯밤 하늘 물뿌리개로

빗물을 실컷 뿌렸음에도

불이 더 세게 번져버렸네

 

 

 

 

 

 

절정에 올라선 앞산 저 불

언제쯤에나 사그라들런지

다 지고 나서는

먹빛만 남겠지

그러고 나면 추위란 놈이 몰려와

춤을 덩실덩실 출 거야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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