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筆) 고추

 

 

 

고추

시선 / 원성 글

길거리에서 행상하는 첫째 녀석

가게 터나 하나 마련해줘야 할 텐데 ...
노름빛에 쫓겨 도망간 둘째 녀석

노름빛 갚아줘야 집에 돌아올 텐데...

 

 

 

 

뒤늦게 제짝 만나 결혼 날짜 기다리는 셋째 녀석

장가 밑천 준비해야 하는데 ...
그나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한 넷째 녀석

대학 등록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

 

 

 

 

오랫동안 병원 신세 지고 있는 다섯째 녀석

병원비도 밀려 있는데 ...
친구 잘못 만나 철장 신세 지고 있는 여섯째 녀석

변호사비도 마련해야 하는데 ...

 

 

 

 

한참 사춘기에 용돈 달라 떼쓰는 막내 녀석

뿌리치기도 힘겨운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나
어느 녀석부터 내 전생의 빛을 갚아야 하나

 

 

 

 

고추 한 포대에 수북이 담겨 있는 시름 시름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바싹 마른 고추처럼
내 마음도 그러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