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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따라/시(時)ㆍ문(文)ㆍ필(筆)ㆍ담(談)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

by 금대봉 2024. 11. 27.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내리던 날, 집 밖을 내다본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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