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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따라/시(時)ㆍ문(文)ㆍ필(筆)ㆍ담(談)

(시) 구월의 이틀

by 금대봉 2022. 9. 4.

 

 

구월의 이틀

류 시 화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 그 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 그 곳에 비는 내리고 / 구월의 이틀이 있다 /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 삶을 즐기고 있었다 /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 비에 부풀고 어느 곳 으로 구름은 /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 모래의 강물들 /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 손 안에서 부서져 /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 비를 내리고 높은 탑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 그리고 그 멀리 더 먼 곳에도 / 강이 있어 더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 밀려가 내눈이 가닿지 않은 그 어디에서 / 한 도시를 이루고 /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 가슴에 둥지를 튼다 해도 / 그 구월의 이틀 다음 /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 짐승들이 춤추며 몰려온다 해도 나는 / 소나무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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