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어김 없이 아카시아 향기가 찿아든다.
연초록빛 너울거리는 거실 밖이 온통 아카시아 꽃으로 물들 때면
마지막 춘풍을 타고 날아온 알싸한 향내가 진동을 해, 그렇게 또 한 번 거실을 가득 메워준다.
아카시아의 향기
詩 솔새 김남식
푸른잎 사이로 향기로운 냄새가
신록에 묻혀
가는 봄을 시샘하듯 봄바람에 하늘하늘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은은한 아카시아의 향기
어느 날인가 슬며시
아카시아 꽃이 온 산야를 덮어 버리고
푸른 연녹 잎새들이
바람에 흔들 거릴 때 마다
내 눈과 마음 까지도 모두 덮어 버린다
바람 속으로 부서지는
아카시아 꽃향기에
아련한 추억이 그리움으로 밀려와
가던 발길 멈추고
코가 찡끗 하도록 취해본다
소 몰고 꼴망태 메고 가는 내 뒤를
졸졸 따라 오던 그 아이
자그마한 입술 초롱한 눈망울
아카시아 꽃잎 따서 내 입에 하나
자기 입에도 하나
그렇게 따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로 돌아 갈 수는 없지만
발길을 옮길 때 마다
아카시아의 꽃들이 하얀 눈 꽃 처럼
푸른산 등성에 휘 날리고
그 사람도 어디선가 꽃 향기 맡으며
옛 생각 하고 있을까?
유년시절 추억을 세월속에 묻어둔 채
미처 꺼내지도 못하고
푸른연록 잎사귀의 그늘에 숨어
초여름의 지독한 열병을 한 동안은 앓고 있겠지
아카시아의 꽃이 질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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