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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따라/시(時)ㆍ문(文)ㆍ필(筆)ㆍ담(談)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by 금대봉 2022. 9. 2.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시인   신동엽  <高大文化, 196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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