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저 만월산(滿月山)이
유리창 하나에 가득 메워집니다.
해가 솟고
새 광명이 뻗칠 때
또 하루의 새 삶이 이어집니다.
봄이면
만물에 생기 일어
새 기운을 가득 전해줍니다.
아지랑이 춤출 때
나른한 춘곤증에 취하면
아롱거리는 눈가에 졸음이 몰려옵니다.
오월 어느 날
아카시아 활짝 필 때면
진한 향기 폐 속까지 깊게 스며들고
연초록에
하얀 꽃잎 덮여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보게 됩니다.
알싸한 아카시아 향기에 묻힌 산길을 걸어봅니다.
호젓한 산책길 만월산 가는 길
그 길을 따라서 ~~
어느덧
진초록으로 물결 이루면
여름은 도심을 감싸 쥐고 그 속을 파고듭니다.
하늘도 땅도
온 세상이 푹푹 찌던 날
맑은 새소리 창가에 가볍게 맴돌다 갑니다.
간혹
소나기 한바탕에
더운 기운도 잠시 빗물에 씻겨가고
긴 여름은
그렇게 극성을 부리더니
다가서는 가을을 이기지 못해 물러갑니다.
저기 저 만월산
오색저고리 곱게 입던 날
한 점 구름마저 더 높아서 아름답기만 합니다.
코를 즐겁게 만들어주던 아카시아 길
그 길 따라서 또 걸어봅니다.
이번엔 눈을 즐기러 ~
창가에 가을 풍경 머물 때
빈 가슴은 깊도록 사색으로 울렁거리고
참지 못해 그 빛깔을 찾으러 밖을 나서게 되나 봅니다.
그렇게 화려했던 시간도
짙은 화장빨로 가리고서 마지막 발악을 취해보지만
혹독한 계절에 떠밀려 시들게 되니 결국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나 봅니다.
된 바람 불어
뼈다귀만 남는 계절이 오면
그 화려했던 자리에 황량뿐이 남게 됩니다.
그러나 그 마저
새 옷 갈아입고 하얗게 물들면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에서 감탄 연발을 남발하게 됩니다.
비록 오색 찬란함은 없지만
백과 흑만으로 곱게 치장하였습니다.
만월산 가는 길, 그 길을 정답게 또 걸어봅니다.
저녁 해가
좁은 벽 사이로 끼어들었습니다.
건물 사이로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서 땅으로 떨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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