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대봉 2022. 9. 4. 11:56

 

 

겨울밤
高恩目 이명화

자기야 당신이 보고 싶어

밤이슬에 촉촉이 젖어있는 정원을 걸었어

겨울내내 안짤라준 잔디

앙상한 나무가지 쌓여 썩는 낙엽들

외등 불빛 반짝이는 이슬

민들래 질경이 토끼풀도

내발 밑에 인사하고

풀벌레들이 낯가림 하듯

흥겹게 노래소리 멈추면

스걱 사그럭 발자국소리 당신 향해 걸을 때

달빛 춤추듯 비추는 연못

녹았다 얼은 차가운 물 금붕어 시샘하듯

돌밑에 숨어 쳐다보네

 

 

 

 

자기야 습기찬 겨울바람

퇴색된 낙엽을 밟으며

보고파 보고프다

주문 외듯 중얼될 때

꽁꽁 얼은 내일 다다닥 이빨끼리 마주치고

긴긴밤 아기걸음 아장아장 걷듯이 

당신향해 걸어가면 기다림 지친 당신

드렁드렁 잠자겠지

자기야 깊어가는 겨울밤

이 마음 풀바구니 속 풍덩 담아 연못 위 띄워주면

금붕어도 자라도 꽁꽁 얼은 알몸

당신한테 감사인사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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