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대봉 2022. 9. 4. 07:22

 

 

國土序詩 

竹兄  조 태 일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 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 국토시인 죽형(竹兄) 조태일

1941년 곡성에서 태어나  1999년 간암으로 작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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